성인 그림책 만들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입니다. 그 과정에서 참여자는 동료와 어려움을 나누고, 자신에 대한 생각을 돌아보며,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림책 창작을 가르치면서 참여자들이 책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표현 방법을 익히는 것 외에도 어떤 배움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이 질문을 바탕으로 쓴 저의 석사논문이 「성인의 그림책 창작을 통한 전환학습 사례연구」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진행한 교육과 연구를 바탕으로, 그림책 창작 과정에서 나타난 성인 학습자의 변화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고려할 점을 소개합니다.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과 실제로 만드는 일 사이

연구의 바탕이 된 것은 제가 2019년 한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한 성인 대상 그림책 창작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 이수자는 15명이었고, 이 가운데 5명이 수업 이후 출판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그중 4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해 창작 경험을 살펴보았습니다.

강사로서 수업과 후속 출판 과정을 함께하면서, 연구자로서 참여자들의 경험을 관찰하고 면담과 작품 자료 등을 분석했습니다.

참여자들은 저마다의 기대를 안고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옮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막막해하기도 했고, 육아나 직장 생활과 병행하느라 작업 시간을 내기 어려워하기도 했습니다. 동료의 작업과 자신의 작업을 비교하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참여자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갔는지에 주목했습니다. 작업을 이어가는 과정에는 표현 방법을 익히는 노력뿐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동료나 강사와 해결 방법을 찾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림책 창작 과정에서 함께 배우는 것

참여자들은 대화를 나누면서 동료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글과 그림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이 늦어지는 동료를 돕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교류 속에서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목표를 다시 세우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처음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며 자신에게 맞는 표현을 찾아갔습니다.

각자의 책을 완성하는 과정에는 동료와의 대화와 도움이 함께했습니다. 제가 연구에서 중요하게 살펴본 부분입니다. 글과 그림의 표현 방법을 배우는 시간뿐 아니라,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의 작업을 지켜보는 시간에도 배움이 있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표현하며 독자의 시선을 생각하다

참여자들은 주변을 관찰하며 이야깃거리를 찾고, 여러 그림책을 읽으며 표현 방법을 익혔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책에 담는 데 소극적이었던 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며 적극적으로 작업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출판 이후에는 독자를 만났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책을 구매하고 읽어주는 경험은 참여자들에게 의미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느끼는 한편, 작가로서 책임감을 갖고 독자가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는 데서 시작해, 동료의 의견을 듣고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생각하는 쪽으로 관심이 넓어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를 ‘전환학습’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전환학습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돌아보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관점이 달라지면서 행동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배움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책을 완성한 뒤에도 이어진 성인의 배움

연구 참여자 가운데 일부는 이후 마을공동체 활동을 기획하거나 지역 동아리를 이끄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수업에 참여해 배우던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배움을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제가 살펴본 배움은 책을 완성하는 순간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창작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동료와 주고받은 도움, 독자를 만난 경험이 자신에 대한 생각과 이후의 활동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연구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이 논문은 후속 출판에 참여한 성인 4명의 경험을 깊이 살펴본 사례연구입니다. 모든 그림책 창작 참여자가 같은 변화를 겪는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도서관 수업 이후 제가 별도로 함께한 출판 과정까지 포함하므로, 이러한 변화를 도서관 프로그램만의 결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연구 범위 안에서 저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가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성인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고려할 점

이 연구를 교육 기획에 적용한다면, 책의 분량이나 제작 방식과 함께 참여자가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은 연구를 바탕으로 제안하는 기획 시 고려 사항입니다.

어려움을 이야기할 시간을 마련합니다.

작업이 막혔을 때 질문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업 일정에 각자의 진행 상황과 어려움을 나누는 시간을 포함해볼 수 있습니다.

서로의 글과 그림에 의견을 나눌 기회를 만듭니다.

작품을 보여주는 데서 나아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지 설명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의견을 들은 뒤 수정해볼 시간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참여자의 상황에 맞게 목표를 조정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참여자마다 표현 경험과 작업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다릅니다. 처음 계획을 끝까지 밀어붙이기보다, 어려운 부분을 확인하고 완성 가능한 범위를 함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업과 후속 출판의 범위를 분명하게 안내합니다.

한 권씩 제작해 서로 나누는 과정인지, 정식 출판까지 이어지는 과정인지에 따라 준비와 지원이 달라집니다.

모든 그림책 창작 프로그램이 출판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참여 목적과 운영 여건에 맞게 완성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표현해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성된 그림책을 펼칠 때면 저는 그 책을 만들던 사람의 과정도 함께 떠올립니다. 무엇을 어려워했는지,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풀어갔는지, 이후에는 어떤 일을 새롭게 시도했는지 돌아봅니다.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동안 자신과 다른 사람을 새롭게 이해하고, 그 배움을 다음 활동으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그림책 창작의 평생교육적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